삼성전자는 미국동부 시간 3월 29일 11시 뉴욕 링컨센터에서 갤럭시 S8을 발표했다. 갤럭시 S8의 스펙이나 기능은 그동안 많은 언론을 통해서 유출된 것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갤럭시 S8의 발표에서 필자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갤럭시 S8을 활용해 데스크 톱 사용성을 갖게 해주는 덱스(Dex)였다.
삼성 Dex는 그 개념에 있어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스마트폰을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두뇌로 재활용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해서 있어 왔다.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모토롤라의 아트릭스’ 는 노트북 형태의 쉘에 스마트폰을 장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HP Elite X3는 윈도우를 운영체제의 강점을 활용하여 스마트폰을 랩탑과 데스크탑으로 확장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아트릭스’와 ‘HP X3’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는 이제 갤럭시 S8에 와서 다시 ‘덱스’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이러한 시도의 근본에는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화두가 깔려있다. 한 명의 사용자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모두 구매하는 경우, CPU / 메모리 등 주요 자원을 중복해서 구매하게 된다. 하나의 기기가 사용되는 동안 사용되지 않는 기기의 자원이 활용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모듈화’를 통한 자원 활용이 해결책으로 제시되어 왔다. 즉 스마트폰으로 하여금 컴퓨터의 핵심 자원인 CPU / 메모리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아트릭스나 Elite X3의 예와 같이 이러한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실패의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스마트폰이 컴퓨터의 CPU나 메모리 등 핵심 자원을 대체하기에는 그 성능이 많이 부족했다. 모토롤라의 아트릭스는 2011년에 발표되었는데, NVIDIA의 Tegra2를 AP로 사용하였다. Tegra2는 ARM의 Cortex A9을 탑재한 Dual Core 프로세서였다. 2011년의 Tegra2는 PC의 성능에 한 참 못 미치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두번째는, 최적화되지 못한 UI였다. 스마트폰의 UI는 5~6인치 사이의 디스플레이에 최적화 되었다. 반면 데스탑 컴퓨터나 노트북은 큰 화면에 맞는 UI를 요구한다. 아트릭스나 X3는 데스크탑에 걸맞는 UI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 삼성 ‘덱스’는 어떨까? 우선 갤럭시 S8의 AP부터 살펴보자. 갤럭시 S8의 AP는 지역에 따라 2가지가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삼성의 Exynos 9 (Exynos 8895) 프로세서가 탑재되며, 미국에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35가 사용된다. Exynos 8895는 10나노 핀펫 공정을 통해 생산되며 8개의 코어를 가지고 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35 또한 8개의 코어를 지닌 최신 AP이다. 두 프로세서 모두 10나노 공정을 통해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전작 대비 더욱 강력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직접적인 비교에 무리가 있기는 하나 컴퓨터 제조에 사용되는 인텔 셀러론 급 이상의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정도의 성능이면 일반적인 사용자가 문서작업이나 웹 브라우징 등을 위해 사용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UI측면은 직접 사용해보기 전이라 단정 짓기는 어려우나 갤럭시 S8을 덱스에 연결했을 때, 일반적인 데스크탑의 UI를 보여주고 있다. 앱을 찾아서 실행 시키거나 여러 개의 앱을 실행하고, 각 앱의 실행 창 크기, 위치를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 하나의 관건은 실행되는 앱이 큰 화면에 걸 맞는 UI를 지원하느냐 이다. 아직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앱은 작은 스마트 폰에 최적화 되어 있다. 바로 이 부분이 ‘덱스’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덱스’자체가 제공하는 성능이나 UI를 사용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용자들이 각각의 앱을 실행시켰을 때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의 UI가 제공되느냐는 문제를 다른 국면으로 이끌고 간다.
몇 가지 해결되어야 할 과제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이번 ‘덱스’ 발표는 매우 좋은 시도로 보여진다. 2001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 허브 전략’을 발표했다. 컴퓨터가 많은 디지털 기기의 중심이 되는 전략이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17년 삼성은 스마트폰이 디지털 기기의 중심이라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삼성의 전략은 시의성이나 시도의 방향성에 있어서 스티브 잡스의 디지털 허브 전략보다 우수해 보인다. 스마트폰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디지털 세상에 연결시켜 주는 기기로써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컴퓨팅 환경은 점점 더 고도화 되면서 클라우드로 그 중심이 이동할게 될 것이다. 각 개인이 사용하는 컴퓨팅 리소스가 클라우드로 이동한다면 ‘현재의 덱스’와 같이 스마트폰이 직접적인 컴퓨팅 리소스의 대체제가 아니라,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컴퓨팅 리소스에 ‘접속’하게 도와주는 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스마트폰을 통해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나의 컴퓨터에 접속하게 되는 것이다. AWS, IBM 등 클라우드 컴퓨팅을 지원하는 기업들은 현재 기업용 시장에 중점을 두고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으나 조만간 개인용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시장도 기지개를 켜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마트폰과 랩독(랩탑 모양의 Dock, 휴대용), 덱스와 같은 데스크탑 독(기업, 가정용)으로 모든 디지탈 환경을 커버할 수 있다. 물론 클라우드에 있는 컴퓨팅 리소스는 항상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의 강력한 성능을 보장하게 될 것이다.
포인투 크롬북 플레이스토어는 소식도 없나요 ?ㅜㅜ
이제서야 덱스스테이션이라는 것을 알았네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체 어떤 물건인가… 이리저리 찾아보는데, 덱스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크롬OS와 많이 유사해보이는 것은 저만 그런가요…? 일부 블로그나 사이트에서는 윈도우10과 유사해보인다고,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 간에 뭔가 협력이 있었을 수도 있다라는 글을 써놓기도 했는데, 제가 보기엔 아닌 것 같아서요. 게다가 덱스를 내놓은 시점이 크롬북의 개발자 버전에서 플레이스토어를 실행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는 이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진 것도 그렇고요. 어때되었든, 재밌는 물건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