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역사를 통해서 본 미래

제대 후 복학을 하니 캠퍼스에 휴대전화를 공짜로 나눠주는 부스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은 PCS 사업권을 획득한 LG텔레콤, KTF, 한솔텔레콤이 사활을 걸고 가입자를 확보하던 때였다. 마음만 먹으면 공짜폰을 바로 받아서 사용할 수 있었다. 먼저 휴대폰을 마련한 녀석들은 삐삐에 머문 친구들의 타겟이 되었다. “급한 삐삐가 왔는데, 휴대폰 한번 만 쓰자.” 부탁을 받은 녀석의 얼굴엔 불편함이 가득했지만, 마지 못해 휴대폰을 내밀 곤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나도 휴대폰을 마련했다. 나만의 통신 수단이 생긴 것이다. 친구와 통화를 하며 더 이상 부모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고, 늦은 밤 “밤늦게 죄송하지만…”을 연발하며 친구를 바꿔 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었다.

1. 스마트폰의 역사
휴대폰은 계속 발전했다. 16화음, 32화음 벨소리 지원 경쟁이 치열했다. 그리고는 컬러 LCD가 등장했고 카메라 달린 휴대폰이 나왔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전화기가 등장했다. 사실 스마트폰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길다. 1992년 IBM은 Simon이라는 휴대용 전화기를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컴덱스에서 발표했다.

IBM 사이먼, 1992년 발표

사이먼은 넓은 터치패드 화면을 제공했고, 전화 기능 이외에 메모, 팩스, 전자우편, 오락 기능을 제공했다. 입력을 위한 스타일러스 펜도 제공했다. 사이먼은 1994년 미국에서 $899에 판매되었다. 그러나 사이먼을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보는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옥스포드 사전에 나오는 스마트폰의 정의를 살펴보자.

A mobile phone that performs many of the functions of a computer
typically having a touchscreen interface, internet access, and
an operating system capable of running downloaded apps
– oxford living dictionaries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는 운영체계(Operating System)이다. IBM 사이먼에는 운영 체계가 탑재되지 않았다. 팜(Palm, Inc)은 1996년 3월, 당시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라고 불리운 Pilot 1000을 발표했다. Pilot 1000은 Palm OS 1.0을 탑재한 명실상부한 스마트폰이였다.

팜(Palm)의 Pilot 1000, 팜 OS 1.0을 탑재했다.

이후 WinCE가 탑재된 기기들도 발표되었으나, Palm기기들과 마찬가지로 전화보다는 컴퓨터에 더 가까웠다. 2000년, 에릭슨(Ericsson)은 R380을 발표한다. R380은 개인용 일정 관리 기기에만 사용되었던 심비안(Symbian) OS를 사용하였으며, 무엇보다 그 당시 판매되던 다른 전화기와 유사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R380은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소개된 최초의 제품이었다.

에릭슨 R380, 스마트폰으로 팔린 최초의 전화기 (2000년 발매)

그리고 대망의 2007년, 스티브 잡스는 2007년 1월 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2007에서 아이폰을 발표했다. 2007년 6월 29일 미국 AT&T 대리점과 애플 매장을 통해 판매가 시작되었다. 스마트폰은 아이폰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아이폰의 충격은 놀라웠다.

2007년 발매된 1세대 아이폰

아이폰은 발매 1주일만에 백만대가 판매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다. 아이폰의 성공 요인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로, 훌륭한 하드웨어를 들 수 있다. 아이폰은 그 당시 존재하던 어떤 전화기보다 아름다웠고, 터치 스크린 또한 훌륭하게 동작했다. 둘째, AT&T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이다. 아이폰이 AT&T를 통해 발매되면서 애플은 아이폰의 무제한 요금제를 관철시킨다. 무제한 요금제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비용 부담 없이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세번째, 2008년 7월 10일 서비스가 시작된 애플 앱 스토어이다. 원하는 앱의 자유로운 설치는 스마트폰의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아이폰 이전의 그 어떤 스마트폰도 이러한 강점을 사용자들에게 소구하지 못했다. 애플 앱스토어가 오픈하고 나서야 스마트폰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앱 개발자와 아이폰 사용자들 간의 상승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또한 아이폰은 OS X(‘오에스 텐’으로 읽어주세요^^)을 탑재했다. 당시 데스크 탑의 운영체제로 사용되던 OS X이 휴대폰에 사용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발표 프리젠테이션에서 왜 아이폰이 데스크탑용 운영체제인 OS X을 사용하는지 설명했다. 아이폰은 오디오, 비디오, 전력 관리 등 데스크탑 수준의 앱과 네트워킹 기능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렇게 아이폰은 세상에 나왔고, 빠른 속도로 세상을 바꿔 놓았다. 이후 모든 휴대폰 업체는 스마트폰 개발에 매달렸고, 옴니아로 아이폰에 힘겹게 대항하던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선수를 내보낸다. – 갤럭시 S. 2010년 6월, 아이폰이 발매된 지 3년만에 삼성과 구글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아이폰과 갤럭시S 시리즈는 이후 스마트폰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발전하게 된다.

2. 스마트폰의 현재
2017년 1월 현재 스마트폰 트랜드를 선도하는 제품은 애플의 아이폰7 그리고 삼성의 갤럭시 S7이다. 갤럭시 노트7이 조금 더 진화된 모습을 보였으나 아쉽게도 발화 문제로 그 빛이 바랬다. 아이폰7과 갤럭시S7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많다. – 방수, 고성능 카메라, 고화질 화면, 긴 배터리 시간 그리고 뛰어난 퍼포먼스. 2017년 삼성은 갤럭시S8을 애플은 아이폰8을 선보일 예정이다. 벌써부터 탑재될 기능을 예측하는 다양한 기사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기능으로 인공지능 비서가 있다. 삼성은 구글 ‘어시스턴스’가 아닌 자체 솔루션 ‘빅스비’탑재를 놓고 구글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도 ‘시리’의 고도화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화면크기 및 형태에 관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차세대 제품으로 폴더블 스마트폰이 대기 중이다. 그러나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기술적 성숙기에 들어선 모습이다. 형태적, 기능적으로 완성단계에 접어들면서 업체간 차별화 요소가 없어지고 방수, 배터리 시간, 카메라 등 스마트폰 기본 기능의 최적화에 노력을 쏟는 모습이다. PC가 데스크탑과 노트북의 형태를 완성하고 미시적인 기능 개선을 이뤄왔던 것처럼 현재의 스마트폰은 큰 틀을 완성한 후, 세부 기능의 고도화 경쟁에 접어들었다.

3. 스마트폰의 미래
스마트폰의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름의 생각으로 정의한 스마트폰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와 온라인 세상을 항상 연결하며 다양한 컨텐츠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

스마트폰의 본질은 – “연결(Connection)”, “항상(Always)”, “다양한 컨텐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용자는 24시간 온라인 세상에 스마트폰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사용자가 잠든 시간에도 사용자를 대신해서 온라인 상에서 활동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목소리, 문자,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컨텐츠를 통해 연결된 네트워크와 상호 작용한다. 이러한 스마트폰은 어떻게 진화해 나갈까?

1) 통신 네트워크의 발전 – 고화질 디스플레이 / 강력한 GPU
‘휴대전화’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충실했던 초기 이동통신 네트워크는 겨우 몇십 kbps의 속도를 지원했다. 그러다 데이터 네트워크로의 변신이 이뤄지면서 3G(WCDMA)네트워크는 384k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했고,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4G(LTE) 네트워크는 100Mbps급의 속도를 지원하며 스마트폰을 통한 동영상 감상, 네트워크기반 게임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 2020년경 상용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5G 네트워크는 10Gbps급의 속도를 지원하게 된다. 통신 네트워크의 발전은 스마트폰의 발전을 선도한다. 5G네트워크의 출현은 스마트폰에서 동작할 수 있는 모든 컨텐츠의 고도화를 의미한다. 더 고화질의 사진/동영상/게임이 나타나게 될 것이며, 결국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고해상도의 영상 처리가 가능한 강력한 GPU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2) 클라우드 솔루션 보편화 – 내장 스토리지 최소화
5G로의 전환을 통한 네트워크 속도의 비약적인 발전은 클라우드 솔루션의 보편화를 앞당길 것이다. 본격적인 클라우드 시대가 열리면 스마트폰 내부에 저장되거나 설치되는 앱/컨텐츠의 양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앱의 고도화 속도를 앞지를 수 있는 서버 및 통신망의 성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클라우드 솔루션의 보편화는 스마트폰 내장 스토리지 사이즈를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시키게 될 것이다. 다만 앱의 고도화 및 고화질 사진 / 영상을 처리하기 위한 메모리(RAM) 사이즈는 지속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3) 인터페이스 변화 – 목소리 / 동작
터치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는 목소리 및 동작 인식으로 영역이 확대 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 비서 기능 탑재가 일반화 됨에 따라 당분간은 목소리를 통한 인터페이스 고도화가 진행될 것이다. 음성인식 솔루션은 상당한 발전을 이뤄 왔으나 아직 신뢰성 높은 자연어 처리 엔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각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완성도 높은 음성인식 엔진 / 음성인식으로 실행할 수 있는 앱의 다양화를 통해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음성인식 외에 동작인식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동작인식은 표현의 다양성이 음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므로 보조적 수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4) 블록체인 확산 – 보안 / 생체 인증 기능 강화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에 기반한 블록체인 기술의 보급에 따라 제 3자의 인증이 필요한 다양한 활동이 온라인 상에서 완결될 수 있다. 금융 거래는 이미 블록체인 적용이 시작되었으며, 스마트 계약, 자산 등기부, 각종 정부의 공시 등이 주요 대상이다. 온라인 상에서 중요 활동이 완결됨에 따라 신뢰성이 담보된 본인 인증이 반드시 필요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은 거의 24시간 사용자가 소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인 인증의 가장 주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본인 인증 수단의 첨병은 생체 정보를 통한 인증이다. 생체 정보를 통한 인증은 무엇보다 편리하고 보안성이 높다. 별도의 기기나 정보가 필요 없으므로 매우 편리한 반면 한번 보안에 문제가 생기면 변경할 수 없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생체 인증 수단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지문 인식, 홍채 인식은 이미 상용화가 되었으며 목소리 및 손바닥 혈관 등이 생체 인증 수단으로 고려되고 있다. 이러한 생체 인증을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폰은 다양한 센서를 채용하게 될 것이다.

5) 형태
현재는 바(Bar) 타입의 스마트폰이 가장 일반적이다. 오늘날의 스마트폰이 바(Bar)타입을 하고 있는 데는 디스플레이와 밧데리의 영향이 가장 크다. 제한된 면적에서 가장 큰 화면, 긴 배터리 시간을 제공하기에는 직사각형 형태 외에 선택이 없었다. 그러나 접거나 둥글게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개발 완료 단계에 와 있으며, 휘어지는 배터리 또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스마트폰 부품 소재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스마트폰의 형태를 바꿔 놓을 것이다. 바타입에 외에 가장 유력해 보이는 것은 역시 안경 형태이다.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음성 인식을 통한 인터페이스에도 가장 적합하다. 안경 형태 스마트폰을 실현하기 위한 최대 과제는 배터리이다. 현재의 스마트폰 이상의 배터리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스마트폰의 본질을 “연결”, “항상”, “다양한 컨텐츠”로 정의하였다. 연결은 더욱 빨라지고,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수신하고, 더욱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폰(Phone)’은 음성 통화에 방점이 찍혀있는 이름이다. 폰이 더욱 많은 기능을 가지게 되면서 ‘스마트폰’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스마트폰은 ‘폰’이 아닌 항상 휴대하는 ‘개인용 단말기 (Personal Terminal)’ 로 진화하고 있다. 휴대용 개인 단말기는 개인과 온라인 세상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 사용자 및 사용자 주변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여 온라인 세상에 전달하며, 사용자가 원할 때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 폰의 진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으로 다가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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