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간 10월 22일 토요일 저녁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중의 하나인 AT&T는 CNN, TNT, HBO 등 유수의 미디어 자회사를 거느린 타임워너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주당 $107.5로 금요일 타임워너 종가를 기준으로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전체 인수 금액은 타임워너의 부채를 포함해서 109억 달러로 1100원 기준으로 환산 하면 11조9천9백억원에 이른다. 이번 합병은 지난 8월부터 논의가 진행되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합병 규모를 고려했을 때 매우 빠르게 양사가 합의점에 이르렀다.
그럼 왜 AT&T는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서 타임워너를 인수하려 하는가? 먼저 AT&T의 현재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데이터를 보자. 2014년 12월을 시작으로 AT&T의 유로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3사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대를 지나 확연한 정체기에 들어선 지 오래다. 단순한 통신 파이프 제공자에서 벗어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최근 들어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바로 미디어 기업 인수 합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젼을 인수하려고 했다가 공정위의 불허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불리는 다가오는 미래는 인공지능, 로봇, 만물 인터넷 등의 용어로 대변된다. 이러한 기술들은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데, 그 중에서도 여가 시간의 증가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나, 가전 제품들이 인간의 노동시간을 크게 감소시킬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온전히 운전에만 집중해야 했던 이동 시간이 인간에게로 돌아온다. 풀어야 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사람들은 차안에서 일을 하거나,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 자동차로 인해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컨텐츠 산업이 직접적인 수혜를 얻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가까운 미래에 엔터테인먼트 / 컨텐츠 산업의 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정체기에 돌입한 이동통신사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컨텐츠와 컨텐츠 전달 수단(통신망)을 모두 소유하게 되면 그 영향력을 배가될 것이다.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첫째 미국 정부의 승인이다. 당선 가능성은 낮으나 대선 후보 중 한명인 트럼프는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 발표 직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합병을 불허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힐러리 클린턴 또한 합병으로 인한 초대형 기업 탄생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둘째, 미국 정부가 합병을 승인한다고 하더라고 양사간의 화학적 결합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합병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타임워너는 이미 지난 2000년 AOL과의 합병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분명한 만큼 원활한 합병 과정을 통해 대형 M&A의 모범 사례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