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의 한계와 가능성

엊그제 애플의 2015년 4분기 실적이 발표되었다. 매출액 515억달러, 순이익 111억 달러. 총 마진율 39.9%. 순이익이 13조에 육박(환율 1150원 기준)한다. 실로 놀라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 하나의 회사가 1분기동안 매출이 아닌, 이익으로 남긴 돈이 13조라니…..

자 그럼 애플과 스마트폰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2015년 3분기 실적을 보자. 매출 51조6천800억, 영억이익 7조 3천9백억. 그럼, 여기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분의 영업이익을 떼어서 보자 – 2조 4000억. 전분기 대비 13%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 전체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크게 증가하였으나, 스마트폰부분의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던 2013년 3분기 6조7천억원의 분기 영업이익에 비하면 무려 60%가 감소한 수치이다. 또하나 고려해야하는 변수는 환율이다. 2013년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최고의 실적을 기록할 당시 원/달러 환율은 1050원대에서 움직였다. 2015년 10월초에 원/달러 환율은 최고점을 찍었다. 1200원에 육박했다. 따라서 2조4000억원의 스마트폰 영업이익은 환율의 효과가 더해져 있다. 이렇게 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분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두 회사의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를 알아보자. 애플의 2015년 4분기 평균판매단가는 670달러인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평균판매단가는 180달러였다. 삼성전자의 평균판매단가에 피쳐폰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애플의 판매단가는 삼성전자의 4배에 달한다. 물량은 4800만대와 8380만대로 두배가 채 되지 않는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때로는 숫자가 많은 것을 나타낸다.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 차이에서 이미 애플과 삼성의 승부가 갈렸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갤럭시S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판가 및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반면, 애플의 새로운 스마트폰은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판매단가 또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상황은 더욱 극명하다. 애플이 승승장구하면서 큰 이익을 벌어들이는 동안 삼성전자는 중국 휴대폰 업체인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에도 밀려나면서 5위를 차지했다. 이제는 삼성의 휴대폰은 더이상 중국인들이 갈망하는 제품이 아닌 것이다.

갤럭시S 시리즈를 성공시키면서 애플과 경쟁구도를 형성했던 삼성전자는 왜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까?

1. 안드로이드의 열세

삼성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안드로드 진영의 선두주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드로이드의 한계도 고스란히 떠 안을 수 밖에 없다.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대결의 대리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안드로이드가 강력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지게되어 있다. 그럼 안드로이드는 애플의 iOS보다 뛰어난가? 안드로이드 진영은 저가 폰 확산에 따라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안드로이드의 경쟁력이 iOS를 앞선다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OS 업데이트의 어려움 측면에서는 그 차이가 매우크다. 아이폰 사용자는 신규 버젼이 나오면 신형, 구형폰에 상관없이 모두 업데이트가 가능하지만, 안드로이드는 불과 2,3년전에 구입한 폰임에도 신규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못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전자는 결정적으로 HW와 SW의 완결성 측면에서 근본적 문제점을 안고있다. 애플이 자신들의 HW만을 위한 OS를 개발 적용하고 있지만, 삼성은 수 많은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를 위해 구글이 배포하는 OS를 받아서 변형, 적용하고 있다. 제품의 궁극적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결국 삼성이 올라타고 있는 안드로이드의 경쟁력이 애플 iOS대비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이상, 삼성전자는 이미 결과가 나와 있는 싸움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 약한 SW경쟁력

수 많은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삼성전자의 최대 약점은 SW이다. OS/애플리케이션/컨텐츠 포함 모든 분야에서 애플에 뒤쳐져 있다. 삼      성전자는 HW중심의 회사이다. 회사의 문화가 그렇고, 조직 구조도 그렇다. SW는 HW의 부속품 정도로 여겨져왔다. 그간 SW경쟁력 향    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던 미디어솔루션센터가 결국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체된 사건은 삼성전자 SW가 지닌 한계를 극명    하게 드러낸다. 미디어솔루션센터를 설립한 후, 삼성은 공격적으로 SW인재를 스카웃했다. 그러나 삼성은 새로 유입된 SW인재들이 지닌 실력과 함께 문화를 받아들이는 일에 실패했다. 타이젠이 연명하고 있으나, 생태계 형성에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초저가 시장용으로 한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디자인으로 호평받은 갤럭시S6가 왜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3. 물량 방어 전략

2013년 4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실적은 전분기 대비 감소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스마트폰 사업에서 삼성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규모 조직에서 실적이 소위 “꺽이는” 것은 매우 중대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일시적인 시장 환경에 따른 것일 수도 있으나,구조적인 문제일 경우 다시 방향을 전환하기기 매우 어렵다. 삼성전자는 노키아를 떠올렸을 것이다. 2014년 들어 갤럭시S5가 시장의 혹평을 받고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실적이 둔화된다. 그러자 삼성전자의 경영진은 제품 라인업 다양화를 시도한다. 갤럭시 A, J 등 플래그십 제품에서 파생된 중저가 제품을 다양하게 쏟아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플래그쉽제품을 포함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판매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많은 물량을 팔아도 이익은 계속해서 감소했다. 2015년 삼성전자는 물량으로 세계 1위의 스마트폰 업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물론 점유율은 지속하락 중이다.) 이과정에서 플래그쉽인 갤럭시S / 갤럭시 노트의 프리미엄 이미지도 꽤나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플래그쉽의 판매가도 내려갔고, 같은 ‘갤럭시’이름을 붙인 중저가 스마트폰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갤럭시S/갤럭시노트의 ‘최고’ 이미지를 지키지 못하고 물량을 방어하는 쪽을 선택했다.

4. 장기적 기술로드맵 부재

아이폰 6S를 발표하면서 애플은 획기적인 기술을 도입했다. 바로 포스터치(Force Touch)이다. 누르는 힘을 감지해서 다양한 동작을 폰이 인지할 수 있게 해준다. 매우 편리하고 뛰어나다. 왜 삼성전자는 이러한 기술들을 애플보다 먼저 도입하지 못할까? 과감하고 장기적인 기술로드맵의 부재라고 말하고 싶다. 삼성전자의 R&D조직은 3단계로 되어있다.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삼성종합기술원, 상용기술과 원천기술의 중간에 위치하는 DMC연구소, 그리고 제품화를 담당하는 각 사업부 R&D조직이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는 종합기술원과 DMC연구소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인력을 각 사업부로 전진배치하여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결국 미래를 포기하고, 눈앞에 놓인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기에 하나 더 인력 재배치를 통해 자연스런 퇴직을 유도함으로써 비용절감이라는 목표 또한 노렸을 것이다.제품의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몇일간의 아이디어 워크샵을   한다고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오랜 노력과 시간들 들여야 그에 걸맞는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연구의 속성이다. 스마트   폰의 요소기술의 혁신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제품의 혁신성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최근에 삼성페이를 보면서 꽤나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랬다. 첫째는 삼성전자가 성공적으로 M&A를 통해 성과를 내었다는 것, 둘째는 삼성페이를 둘러싼 생태계 조성에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는 모두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꼽혔던 것들이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M&A를 시도할 역량과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내재화가 아닌 M&A를 이제는 회사 성장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더 나아가 셋트사업 전체의 역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삼성페이는 강력한 소비자 유인 수단이된다. 삼성페이의 초기에 이정도 성과를 보인다면, 향후 스마프폰 판매를 증진시키는 더 강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페이의 예에서 보여지듯, 삼성전자 스마프폰만이 갖는 소프트 파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페이와 같은 기능은 소비자의 행태를 변화시키고, 사용자를 삼성스마트폰으로 Lock-in시킨다. 향후 제2, 제3의 삼성페이와 같은 기능을 탑재할 수만 있다면 다시한번 애플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멘트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