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북과 스펙 지상주의

토익 점수야 열심히 공부하면 올릴 수라도 있지.. 내 키는..?

 

민족의 대명절 설이 다가왔습니다. 바쁜 삶에서 잠시 벗어나 시골에 내려가 맛있는 명절 음식들도 먹고 세뱃돈도 주고받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과 즐거운 고스톱시간도 보내고 다들 기대가 클텐데요. 반대로 오랜 시간 운전을 해야할 수도, 열심히 전을 부쳐야할 수도 있고, 사촌 동생이 내 소중한 물건들을 뺏어갈지도 모르죠. 그리고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진다면, 이런 명절 모임은 종종 술 한잔 걸치신 누군가의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친척들간의 스펙 싸움으로 변질되어 비교 당사자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가라 전교 1등 자식몬!) 살다보면 우린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참 많은 스펙을 쌓게 됩니다. 쌓고싶지 않아도 타고 나는 스펙들이 있죠. 네. 2센치 차로 루져인 저는 누가 5센치만 줬으면 참 좋겠어요. 그거야 어쩔 수 없다 치고, 스펙이 가장 중요하다 여겨지는 취업. 취업을 하려면 각종 어학 시험 점수, 자격증, 출신 학교, 학점, 어학 연수, 인턴 경력, 봉사활동 등등 많은 스펙을 쌓아놓아야 좀 안심이 되죠. 그 갖은 고생을 하고 취직에 성공하고 나면 결국 쌓아놓은 대부분의 스펙은 필요없기 마련인데, 자유 분방한 사고와 노력이 중요한 이 때에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포인투 크롬북을 개발하고 한국에 처음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 제품 사양에 대한 참 많은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이거 씨피유는 뭔가요? 메모리는 몇기가 인가요? 내장 스토리지 용량은요? 하드웨어를 구입할 때 기본 사양에 대한 질문은 당연한것이죠. 저희 홈페이지에도 잘 나와있구요.

아니 우리 전화번호 찾을 시간에 이걸 보시는게..

그래서 저희는 신나서 친절하게 대답을 해드렸죠. ARM기반의 롹칩 CPU 입니다. 메모리는 2기가 (네 이제 4기가로 업글했슴당), 내장 용량은 16기가이며 그 중 10기가 정도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실 수 있어요. 구글 드라이브도 2년간 100기가나 드려요! 이렇게도 자세하고 친절한 저희의 대답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은 네? 앎이요? 그거 폰에나 쓰는거 아닌가요? 메모리 2기가면 너무 부족하지 않나요? 10기가면 영화 몇개 저장하면 끝 아닌가요? 였어요. 그래서 쓸만하냐 라고 한번 물어봐 주지도 않고 흑 너무행 TT

 

크롬북은 억울하다.

 

크롬북은 화려한 스펙을 겉으로 내세우지 않습니다. 사실 화려하지 않기도 하구요. 물론 구글에서 나온 Pixel같은 크롬북은 i7 CPU에 256GB SSD에 QHD 해상도 디스플레이에 뭐다 뭐다 다 들어가 있지만 구글 픽셀과 포인투 크롬북의 활용도는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크롬북이 노리는 타겟 고객층은 명확해요. 좋은 그래픽 카드를 필요로 하는 게임들과 빡센 그래픽 작업을 하시는 분들. 지난번 포스트 크롬북과 연말정산에 나온 것 처럼 윈도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만 사랑하는 정부 사이트를 자주 사용하시는 분들. 스마트폰 뱅킹같은거 할 줄 모르셔서 꼭 노트북으로 뱅킹이나 샤핑을 하셔야 하는 분들. 뭔지 몰라도 암튼 뭔가 프로그램 때문에 (지뢰찾기는 아니겠죠) 윈도우나 맥을 쓰셔야 하는 분들. 네. 아쉽지만 님들은 저희 고객이 아니시네요. 반대로 그럼 우리 고객님들은 누굴까요? 웹 브라우저만 있어도 구글 닥스, 구름 (클라우드 코딩), 온쉐이프 (웹캐드), 픽슬러 (포토샵)와 같은 다양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잘 활용하실 줄 아시는 스마트한 네티즌. 세상에서 내 계정과 개인정보의 보안이 제일 중요하신 분들. 안드로이드 앱만 좀 돌아가면 세상 다 가지신 것 같은 분들. 그리고 사실상 노트북 켜면 인터넷만 하시는 분들. 좀 더 끌어들이면 어둠의 경로로 각종 동영상 보시는 분들. 얼른 크롬북 사세요. 네? 제발요.

 

윈도우PC나 크롬북이나 빠르고 인터넷만 잘 되면 되는거 아님까!?

 

네 결국 이 섹션으로 들어왔군요. 하드웨어 스펙 비교라는게 얼마나 무의미한것인지 보여드리기 위해 스펙 비교를 하고자 합니다. 포인투 크롬북의 정식 출시 날짜는 미국 기준으로 2015년 8월입니다. 저희 사무실에 있는 가장 좋은 사무용 윈도우 피씨의 구매일이 2014년 11월이니 나름 적당한 비교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 비교 대상은 나름 S전자에서 나온 인텔 i5 CPU와 SSD를 탑재한 Windows 10 기반의 PC이며 약 4개월 전에 포맷되어 나름 후레쉬한 상태입니다. 이거 이미 사용감이 있는데 뭐냐, 너무 뭐 많이 깔아놓은거 아니냐, 그러면서 아니라 하셔도 이미 비교는 진행되었고 (여러분은 포인투랩 블로그를 보고 계십니다) 어차피 저 윈도우 PC는 언젠가는 저렇게 뭔가가 많이 깔릴 운명에 놓여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팅 시간 비교 (치치 안뇽!)

동영상에서 보이듯이 최신 OS를 탑재한 윈도우 PC나 크롬북이나 부팅 시간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크롬북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한마디 드리자면, 윈도우 PC는 앞으로 뭔가가 점점 깔리면서 저 부팅이 조금씩 느려지겠지만 크롬북은 저 시간이 계속 유지되거나 OS Update를 통해 더 빨라질 수도 있겠네요. 물론 너가 크롬북 개발하니까 그런 소리 하는거겠지 하시겠지만 쓰시다 보면 알게 되실 겁니다.

로그인 후 네이버 접속 시간 비교

한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때 많은 정보가 네이버를 통해 검색 되죠. 그래서 동시에 로그인을 한 후 네이버에 접속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을 비교해보았습니다. 아.. 근데 크롬북은 로그인 하니 크롬 브라우저가 바로 떠버리네요. 타이핑이 느리신 우리 대표님이 naver.com을 입력하시는데.. 뭐.. 굳이 크롬북의 압승이라고 까지 입 아프게 말하진 않겠습니다 ㅎㅎㅎㅎㅎ

유튜브 동영상 재생

세번째 비교는 유튜브 동영상 재생입니다. 네이버 TV 캐스트나 여러 스트리밍 사이트들도 비교 대상이 되겠지만 유튜브 만큼 보편적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는 없겠죠. 그 결과는요? 영상을 통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뭐 별 차이 없습니다. 왜냐면 결국은 두 PC모두 웹 브라우징을 하고 있는거며 하드웨어 사양 보다는 인터넷 속도에 더 많은 영향을 받거든요.

 

결국은 개취

 

위의 동영상들이나 스펙 비교를 통해 알려드리고자 하는 사실은 여러분 크롬북이 짱이니까 당장 포인투랩 홈페이지에서 크롬북을 구매하세요 가 아닙니다. 물론 바로 구매해주시면 제가 뽀뽀라도 해드리고 싶지만.. 그건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네요. 아 저도 싫은데요??? 암튼 결론은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스펙만 볼 것이 아니라 본인의 PC 사용 용도에 맞춰 크롬북이던, 맥북이던, 저가형 윈도우 PC던, 고사양의 윈도우 PC던 구입하면 된다는거에요. 물론 가격, 디자인, 화질, 크기, 무게 등 하드웨어적인 성능을 제외하고도 구매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은 많겠죠. 그래도 단순 하드웨어 사양이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만으로 크롬북을 구매 리스트에서 빼버리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회사에서 면접관이 이력서에서 각종 스펙을 보겠지만 결국은 그 회사와 맡게될 직무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을 뽑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겠죠. 중국 마케팅 부서에 뽑혔는데 독일어 어학 점수가 있다 해서 더 높은 평가를 받진 않을거잖아요. 언젠가 중국이 독일어를 쓰게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독일어 자격증까지 획득하여 중국 마케팅 부서에 지원했다면 음.. 당..당케 쉔.. 딱히 할 말은 없네요.

암튼 네. 크롬북 정말 쓸만하고 좋아요. 지금 당장도 더욱 좋아지고 있구요. 포인투랩에서도 올해 더더욱 좋은 모델들을 선보일 예정이니까요 앞으로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크롬북과 스펙 지상주의”의 8개의 댓글

  1. 최곙민 댓글달기

    근데 왜 ‘여러분 크롬북이 짱이니까 당장 포인투랩 홈페이지에서 크롬북을 구매하세요 ‘부분만 굵은 글씨로되있죠? ?

    • YC 댓글달기

      헤헤 글이 기니까 쭉쭉 넘기시더라도 젤 중요한건 보시라구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Mr.S 댓글달기

    구글빠돌이로써 상당히 관심 가는 물건이네요!
    어차피 요즘 보통 사람들이라면 게임도 스마트폰으로 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크롬북으로 스마트폰 게임 깨작 거리고 크롬 켜서 블로그를 즐기기엔 충분히 괜찮은 물건이라고 생각 되네요!
    가격도 저렴하구요 ㅎㅎ

    • YC 댓글달기

      한번 써보시면 특히나 그 진가를 알게 되실거에요 ㅎㅎㅎ 저희 포인투랩에서 2주 대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심 알려주세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쟝파스타 댓글달기

    처음엔 망설였지만 구입하고 나니 정말 신세계가 따로 없더라구요. 어차피 금융거래 요즘 스마트폰으로 다 가능하고, 넷플릭스와 유튜브, 인터넷 블로깅을 주로 이용하는 저에겐 poin2 크롬북이 딱인 것 같습니다. 아마 곧 있으면 크롬북이 대세인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네요..^^

  4. Miwon 댓글달기

    애플에서는 ARM 계열의 자체 개발 칩(실리콘칩, 일명 ‘M’시리즈)를 이제 자사 컴퓨터에 탑재하고 있지요. 실리콘 매킨토시를 써보진 않아서 평가를 할 순 없지만 적어도 “ARM은 폰에서나 쓰는거 아니여?”라는 말이 과거에나 통했던 말로 만들어 버린점은 인정합니다.

    크롬북 쓴지 1년여 되가는데 운영체제 차원에서의 조금 보완되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분명 매력적인 기기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그 매력을 매력으로 느끼게 해줄 환경(국내 크롬북 시장, 사용자 층, 정보 얻기 등)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 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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