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 IO 2016이 지난주 막을 내렸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크롬북의 안드로이드 앱 지원 소식을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리고 그 의미와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크롬OS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은 Google IO 개막 전부터 몇 몇 매체를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전혀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다는 거죠. 2015년 11월에는 크롬OS와 안드로이드 OS의 통합설까지 나왔었습니다.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플랫폼을 완벽하게 장악한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지배력을 활용하여 컴퓨팅(데스크톱) 플랫폼 장악에 나설거라는 건 명확해 보였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구사하느냐가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필자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인위적인 두 OS의 통합은 없을 거라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구글의 핵심 관계자로부터 직접 확인하기도 했었던 부분입니다. 안드로이드의 강점과 크롬OS의 강점을 서로 받아들이는 형태를 취하고 결국은 사용자가 안드로이드와 크롬OS에 관계없이 Seamless한 사용환경을 갖게 되리라는 것이 저의 예측이었습니다. 안드로이드 N에서 크롬북의 SW update방식을 구현함으로써 이런 예상은 맞아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구글은 2014년부터 안드로이드 앱의 크롬OS실행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바로 ARC(App Runtime for Chrome) Welder라는 것을 활용한 형태였죠. 안드로이드 앱의 실행파일인 APK파일을 크롬북에서 돌릴 수 있도록 해준 Tool이었습니다. 다만 베타 버젼의 형태를 띠었고, APK파일을 사용자 스스로 찾아서 크롬북에 가져와야 했고, 업데이트가 불편했습니다. 또한 외부 링크를 사용하는 앱의 실행 불가 등, 매우 제한적인 사용성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기능 자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죠. 아마도 완전한 안드로이드 앱 지원을 위한 과도기적인 형태의 솔루션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세부 내용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1. 안드로이드 앱 지원 범위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크롬북에 탑재되며, 특정 센서가 필요한 앱은 크롬북의 사양에 따라 지원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GPS를 활용하는 앱 등은 크롬북에서 검색되지 않습니다. GPS를 탑재한 크롬북은 아직 없으니까요. 이외에 카메라, 블루투스를 활용하는 앱은 정상적으로 크롬북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멀티 테스크 지원
발표 당시 멀티 테스크지원에 관한 얘기가 있었습니다. 이부분은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크롬북이 국내에서 갖는 제한성은 대부분 금융 거래 및 독자 영상플레이어를 사용하는 사이트들에 있습니다. 금융 거래 앱이나 독자 영상 플레이어를 필요로 하는 앱들은 하나의 앱이 다른 앱을 구동시키는 구조로 되어있죠. 예를 들면 은행 앱을 실행하면 백신 앱을 호출하여 동작시키는 겁니다. 크롬북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할 때 이런방식도 지원한다는 말입니다.
3. HW호출 방식
안드로이드에서는 앱이 스마트폰 HW를 직접 호출합니다. 사진앱은 카메라를 안드로이드 커널을 통해 직접 호출하죠. 그런데 크롬북에서는 크롬OS가 모든 HW를 관리합니다. 그동안 앱은 크롬OS를 통해서만 HW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구글은 이런 차이점을 해결하기 위해 크롬북에서 안드로이드 앱이 사용될 때는 안드로이드 앱도 크롬OS를 통해서 HW를 호출하도록 변경했다고 합니다.
4. 지원 일정
구글 IO에서는 6월부터 개발자 채널을 통해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탑재되는 3가지 크롬북을 발표했습니다. 구글 픽셀(2015), 에이서 Chromebook R11, 아수스 Chromebook Flip입니다. 세 모델 모두 터치가 지원되죠. 보통 크롬북에서는 개발자 채널에 신규 OS가 나오면 안정 채널로 갈 때까지 2달 정도가 소요됩니다. 구글은 안정 채널 지원일정을 9월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현재 팔리고 있는 크롬북에서도 지원될 예정이라고 발표했죠.
그럼 이번 크롬북의 안드로이드 앱 지원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까요 ? 크롬북은 2011년 최초 모델이 발표된이래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아직도 PC시장에서 크롬북이 차지하는 비율은 2% 정도입니다. 그나마 미국 교육시장 점유율이 2015년 50%를 돌파했다는 것이 위안거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안드로이드 앱 지원을 계기로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HW가 있더라도 Killer App이 없으면 폭발적인 판매가 되지 않습니다. PC의 대중화를 이룬것으로 평가받는 애플Ⅱ도 결국은 비지캘크라는 Killer App이 등장하면서 판매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습니다. 크롬북은 뛰어난 보안성, 저렴한 가격, 동기화를 통한 편리성을 갖추고 호평을 받았지만, 결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앱이 많지 않다는 치명적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막연하게 많은 앱 개발자들이 웹 표준을 준수하는 앱을 개발해 주기를 기다리는 상황이었죠.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크롬북 탑재는 바로 이부분을 단번에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데스크톱 환경과 모바일 환경은 차이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타겟으로 개발된 앱들의 UI가 데스크톱을 중심으로 하는 크롬북에서 얼마나 잘 활용될 수 있느냐는 지켜봐야할 문제입니다. 또한 터치가 아닌 마우스/터치패드/키보드를 활용한 UI와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도 지켜봐야겠죠. 하지만 그동안 ARC Welder를 통해 몇 몇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해 본 결과, 마우스나 터치패드를 통한 안드로이드 앱 사용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터치를 중심으로 설계된 게임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국내 사용자들에게 크롬북의 안드로이드 앱지원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크롬북은 국내에서 절름발이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Plug-in , exe 파일을 지원하지 않는 크롬북의 기본 속성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가 많았습니다. 결재, 금융 거래와 일부 인터넷 동영상 강의 시청 불가는 큰 장벽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높습니다. 따라서 웹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나 기관은 대부분 안드로이드 앱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크롬북에서 웹 사이트를 통해 불가능하던 서비스 이용이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가능해 짐을 의미합니다. 국내 크롬북 시장이 크게 확대될 수 있음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또한 안드로이드 앱으로 이미 나와 있는 MS 오피스의 활용도 큰 개선 포인트입니다. 그동안 크롬북에서 MS오피스를 사용하려면 MS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능했습니다. 기능의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안드로이드용 MS오피스를 활용하게 되면 이부분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IT플랫폼 경쟁 구도를 살펴보면 MS의 컴퓨팅 플랫폼(윈도우)과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안드로이드)이 각자의 영역에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MS는 윈도우의 장악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진출을 계속해서 시도해 왔습니다.(노키아 모바일 부문 인수 및 윈도우 모바일 폰 지속 출시) 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죠. 최근 뉴스를 보면 결국 MS가 노키아 모바일 부문을 포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구글의 컴퓨팅 플랫폼 장악 시도는 어떻게 될까요 ? 저는 MS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컴퓨터보다 더 욱 강력하게 우리들 삶으로 파고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위력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폰과 긴밀하게 연계되는 컴퓨터의 존재는 생각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 같습니다. 크롬북은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고급화를 통해 지금보다는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미있는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미국 중심의 시장 편중이 해소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