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하만인수

삼성전자는 11월 14일 미국의 자동차용 전장 장비 기업인 하만(Harman)을 주당 $112, 총액 8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 기업 비브랩스 인수 등,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 행보를 보여온 삼성전자는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을 통해 단숨에 자동차 전장 부품 분야 선두로 올라 설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첫째, 삼성전자는 원화로 9조원이 넘는 인수합병을 단행함으로써, 그간 인수합병에 소극적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보다는 내재화를 통한 효율성 향상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각분야의 선두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분야에서는 내부 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전자 결재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삼성전자가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기술을 가지고 있던 루프페이 인수를 통해 단번에 결재 시장 강자로 떠오른 것은 내부적으로도 좋은 교훈이 되었을 것이다. 둘째, 전장부품 시장에서 선두권에 위치하게 되었다. 이것은 “왜 하만인가?” 라는 질문과도 연결된다. 삼성전자는 부품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에 전장사업팀을 만들고 자동차 부품 사업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장부품의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와 기존 사업 분야에서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던 삼성전자가 사업 성과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카 오디오 시장의 41%,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장의 24%를 점유하고 있는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삼성전자는 주요 완성차 업체를 모두 고객으로 확보하게 되었다.

자동차는 자율주행 / 전기 모터 도입으로 급속하게 근본적인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파워트레인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통신, 센서, 모터 기반의 전자 기술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상용화는 자동차 산업 전반의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더 이상 이동을 위한 수단만이 아니라 이동과 “생활”이라는 두 가지 영역에서 그 중요성을 갖게 될 것이다. 운전할 필요가 없는 자동차 안의 시간은 엔터테인먼트와 통신 서비스가 채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하만의 텔레메틱스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특히 차량 내 오디오 시스템은 차량의 기능 통제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터페이스로 사용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점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사업을 통해 사용자 일상의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과 서비스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실은 향후 엄청난 사용자 데이터 확보를 통한 인공지능 고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제 삼성전자는 그 어떤 기업보다 다양한 사업분야를 구축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생활 공간인 자동차를 확보한 만큼 이제는 다양한 사업분야를 하나의 테마, “인공지능”으로 묶어내는 과제가 남았다. 플랫폼을 만들어 성공한 경험이 없는 삼성전자가 가전, 스마트폰, 자동차를 포함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시장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면, 삼성전자의 미래는 지금보다 한층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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