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능 결정장애 타파 (1/3)

이번 포스트에서는 제가 2014년 5월부터 약 1년동안 서비스했던 안드로이드 앱을 소개 및 정리 해드리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포스트 하나로 끝내진 못할 것 같고 기획, 제작 – 서비스 – 데이타 정리 정도로 나눠서 써야 할 것 같네요.

꽤나 길어질 것 같은 이 포스트를 결국 iOS용은 개발하지 못하고 잠수탄 개발자님에게 바칩니다. (만약 어디선가 이 글을 본다면 미리 줬던 개발비 다시 보내주기 바랍니다.)


 

자연지능 결정장애 타파 (기획, 디자인, 제작)

 

세상엔 왜 우리가 결정해야할 일들이 이렇게 많을까요? 물론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결정들도 있겠지만, 오늘 점심을 뭐먹을지, 신상 옷을 살 지 말 지, 왜 이런 쓸데없는 고민에 우리는 시달려야 할까요?

사실 저에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던 결정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남들의 결정장애를 해결해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나에게는 한없이 관대해도, 쌩판 모르는 남에게는 하염없이 냉정해질 수 있으니까. 무엇을 결정해도 아무 탈 없을 것들로 고민하는 우리 세대를 위해 발 벗고 나서보기로 했습니다.

bye
(많은 사람들이 보고 울었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서비스 종료 공지)

아무튼 그래서 어쩌다보니 방에 앉아서 어플 기획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획 및 디자인

이름에서도 보이듯이 결정장애 타파 어플의 핵심 키워드는 “자연지능” 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의 반대 개념으로 만들어낸 용어인데요, 사실 별 거 없고 이건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야 라는 인상을 확실하게 주고싶어서 정했죠. 어플의 컨셉은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날 위해서 결정을 해준다는 것. 그리고 그냥 막 내린 결정이 아니라 그 사람 (저) 의 완전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간 결정이라는 것 이었구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제 결정이 싫은 사람들은 한번 쓰고 말더라도, 결정이 맘에 들었던 사람은 중독되어 계속 쓰게 만드는 그런 걸 원했었는데 나름 그렇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많이 걱정했던 것 중 하나는, 그 질문들을 어떻게 너가 하루종일 일일이 대답해주고 있을거냐 였는데, 그냥 쿨하게 제 온라인 상태를 나타내는 초록불 빨간불을 주고, 초록불일때는 5분 이내에 대답해주겠다 라고 선언을 했구요, 늦게 자서 늦게 일어나는 편인데 사용자들의 질문도 보통 새벽과 오후에 많이 와서 거의 90% 질문은 3분 내로 대답을 줬던 것 같습니다.

어플 디자인이라는건 해본 적도 없었기에 일단 일러스트레이터 체험판을 받고, 친구한테 태블릿을 빌리고, 하얀 네모 그리는 법부터 인터넷에서 찾아서, 어떻게 어떻게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왔던 어플 시작 화면. 저런 글씨체는 누가 쓰나 했는데 제가 썼었네요. (저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ㅋㅋ)

Screenshot_2014-05-16-20-23-57

나름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그림인데, 몇 초 보이고 마는거라 전달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집에서 한창 쉬던 때였던 저의 매일 점심 고민, 햄버거인가 피자인가 치킨인가. 전 짜장면을 좋아하지만 짬뽕 매니아들도 많으니 짬뽕도 넣어주고. 지하철을 탈지 택시를 탈지, 연애 고민, 뭘 입을 지, 뭘 마실지, 무슨 폰을 살지, 등등 생각나는대로 그렸던 것 같습니다. 이 때 한창 감자별이라는 시트콤에 빠져있던 때라 디자인 작업하던 며칠동안 거의 모든 화를 다 봤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ㅎ

20140420_001606(꼬부기 짱기욤)

큼직큼직한 activity들은 종이에 먼저 레이아웃을 그려보고 일러스트로 작업을 했는데 생각보다 화면 구성에 필요한 요소들이 많아 꽤나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capture3
(요런 아이들)

layout

(거의 최종 layout)

로고

각 activity 화면들 정리가 끝나갈 무렵, 또 큰 난관에 부딪혔으니 바로 로고와 아이콘 제작이었습니다. 자연지능에 맞는 로고가 뭐가있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뇌가 생각나고, 뇌랑 닮은걸 생각하다보니, 호두가 생각나고, 호두과자가 먹고 싶고, 그랬어요. 그래서 일단 호두를 그려보기로….

hodoo1 hodoo2
(ㅋㅋㅋ…)

제가 그린 호두는 아무래도 아무도 이게 호두구나 알아보지 못 할 것 같아서… 이번엔 뇌 그리기에 도전. 뇌는 나름 잘 나온 것 같아서 자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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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뇌꽃은 좀 이상하니까 잔디밭에 놓아보기로.

hodoo4

 

??????????

hodoo5

 

호두 그릴때 그렸던 나뭇잎을 재활용 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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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아이콘

icon (1)

 

이렇게 디자인을 어떻게 어떻게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개발

개발자는 안드로이드 까페 어디선가에서 찾아서 연락을 드렸는데, Parse라는 서버 API를 사용해서 2주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메일로 기획서를 보내고 중간 버젼을 주고 받고 밥을 사고 버그 리스트를 보내고 많이 많이 반복한 끝에 대략 한달 쯤 만에 버젼 1.0이 나왔습니다.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앱 외에 제가 답변을 위해 사용하는 앱까지 제작하느라 고생 많으셨는데… 이제 연락이 안되시네요 ㅋㅋㅋㅋㅋ 꼭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배포

1.0 버젼이 처음 나오고 플레이 스토어에 업로드 하고 페이스북에 광고를 시작했는데, 5시간만에 첫 질문이 왔습니다. 낚지볶음을 먹을지, 쌈밥을 먹을지, 백반을 먹을지 질문이었는데요. 서비스 동안 재밌었던 일들은 다음 포스트에서 공유 하도록 할게요 🙂

자연지능 결정장애 타파 (1/3)”의 6개의 댓글

  1. suhhee 댓글달기

    이렇게 탄생하게 된 거군요!! 우와 ㅋㅋㅋ 정말 잘 만드셨어용!!! ㅇ_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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