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밤 11시 30분 경,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직전, 아파트 현관벨이 울렸다. 와이프와 마주 앉아서 얘기를 하던 중에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시간에 누구지 ?” 왠지 모를 불안감을 억누르며 인터폰을 눌렀다. “누구세요?”………..”택배입니다.”
엥? 택배란다. 밤 11시 30분에도 택배가 오나 ? 아내와 나는 우리집에 올 택배가 무엇인지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내가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책이 배송 중이라는 메세지를 낮에 본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늦은밤에 왠 택배람 ? 어쨌거나 늦은밤 택배를 배달하시는 분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집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미리 기다렸다. 이윽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택배 아저씨가 나타났다. 50대쯤 되어 보였고, 깊게 패인 주름, 검게 그을린 피부가 성실한 삶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택배를 받아들며 아저씨게 물었다.
“이렇게 늦게까지 배달하세요?”
“당일 배송이라서요…”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결재할 때 무심고 지나쳤던, ‘당일 배송’이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빨리오면 좋지 뭐..” 이렇게 생각하며 지나쳤던 그 문구 때문에 아저씨는 밤늦도록 배달을 하고 계셨던 거다. 아마 ‘당일 배송’이란 원칙을 어기면 뭔가 불이익을 받으실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난 그 책들을 밤 11시 30분에 받으나, 그 다음날에 받으나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 책을 오늘 못받았다고 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나의 조그만 편의를 위해 너무나 수고하시는 그 택배 아저씨를 떠올리며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당일 배송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책을 주문한 모든 사람에게 꼭 ‘당일 배송’이란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을까? 너무나 빠르고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조금씩 여유를 갖는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
온라인에서 책을 주문 할 때 배송기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는 칸이 있다. 나는 늘 그곳에 “부재시 경비실에 맡겨주세요.” 라고 써 놓았다. 다음번 주문시에는 “당일 배송 안하셔도 됩니다.” 라고 써 놓아야겠다…..